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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_창경궁, 눈으로 동양화가 되다 본문
2021년 1월 12일 대한민국 서울에 오후부터 함박눈이 내렸습니다.
눈이 온다는 예보를 듣지 못한 채로 오후에 잡혀 있는 엄마의 병원 진료를 위해 가는 중에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병원 진료는 대진이었는데 늘 그렇듯이 1시간이나 지연이었고요. 창가에 앉아 책을 읽으며 기다리기로 했는데 통창으로 보이는 창경궁의 모습을 저처럼 기다리고 있던 환자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은 나이가 어느 정도 있으신 분들이었는데 심지어 2G 폰으로도 열심히 찍으시네요.
진료가 끝났을즈음에는 눈이 보행도로에도 많이 쌓이고 있었습니다. 잠시 망설였지만 늦는다는 전화를 하고 바로 창경궁으로 건너가 표를 끊고 입장했습니다. 오늘이 아니면 언제 또 창경궁에서 함박눈을 맞을 기회가 있을까 싶었지요...
아래는 창경궁에 들어가자마자 본 너무 이쁘고 로맨틱한 풍경입니다. 남자의 옷을 같이 뒤집어쓰고 걸어오는 커플이 문의 프레임과 함께 보기 좋았습니다.
'겨울 소나타'에나 나올법한 풍경이어서 동영상을 찍었는데 반전이 있네요. 문가에 도착한 여자가 눈을 털어내며 뱉어낸 말은, '한 시간 동안 머리 한 거 너무 아까워 ㅠㅠ'였습니다. 한 시간 동안 머리를 하고 만날 정도면 연인 사이는 분명한 듯한데....
소리가 요란한 비와 달리 눈은 참 조용합니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궁에는 사람들이 많이 없기도 했지만 주변의 소음조차도 흡수하는 듯 조용해서 더 좋았습니다. 도심에 있음에도 멀리 떨어진 곳을 여행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너무나 오랜만에 걸어봤습니다. 갑작스러운 폭설로 인해 저녁 퇴근길은 엉망이 되어 불편을 겪는 분들도 많았겠지만 코로나로 인해 갇혀 지내는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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