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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ng Lazy in Life
짧은 휴가 기간 중에 태풍이 왔다. 비만 오는 것이 아니라 엄청나게 바람이 불었다. 다행인 점은 내가 이런 날씨도 너무 좋아한다는 거다. 여행을 하는 중에는 오히려 날씨가 전혀 문제가 안 되는 것 같다. 화창하면 화창 한대로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눈이 와도 좋고 비가 와도 좋다. 날씨에 따라 시즌에 따라 같은 장소라도 참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산을 쓰고 나와 걸어 보려고 했는데 바람이 우산을 가만히 두지 않았고 잠깐 동안이었는데 몸은 이미 다 젖었다. 걷는 것을 포기하고 2층에 자리 잡은 공방 카페 '쓰담 뜨담'을 들어갔다. 이름처럼 아기자기한 카페였다. 카페 창문을 통해 박수기정과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를 볼 수 있었다. 날씨 탓인지 카페에는 손님이 나 말고는 없었다. 아예 자..
바다 바다 바다, 그리고 바람 바람 바람, 그리고 푸르름과 라일락 향기.... 외돌개에서만 한시간을 보냈다. 커피도 마시고 붕어빵도 사먹고 중국 관광객들도 구경하고... 이러니 남들 4~5시간 걷는 거리를 7~8시간이 걸린다. 유채꽃밭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서 첨으로 타이머를 맞춰놓고 사진을 찍으려고 왔다갔다 하니 옆에 계시던 아주머니가 본인이 찍어주시겠단다. 꽃밭을 관리하시는 분으로 500원을 받아야 하지만 혼자 왔다갔다 애쓰는 모습이 불쌍해 보였던 듯.... 얼굴이 자세히 안나왔으니 블로그 오픈하고 처음으로 인물사진을 올려본다. 마늘밭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여쭤보니 장아찌용 마늘이란다. 엄마가 며칠전에 마늘은 아직 이르다고 하셨었다. 지나가는 마을에서 보았던 강아지... 어찌나 순하던지, 고개..
파란 하늘, 푸른 바다, 시원한 바람, 고요함, 하얗고 이쁜 집들, 이름 모를 야생화들, 맛도 있고 값도 훌륭한 소라물회, 검은 모래, 인적 없는 해안, 낫을 들고 쑥을 캐는 할머니, 한라산으로 고사리 따러 가라는 아주머니, 더위에 걷는 것이 안타까운지 차를 태워주겠다는 친절한 여행객들, 누워 쉴 수 있는 정자들 그리고 마지막 도착지 쇠소깍, 그리고 다시 바다 바다 바다, 튀어 올라 나는 이름 모를 물고기들 그리고 마침내 리조트로 돌아가는 반가운 셔틀....
첫 번째 올레길로 9코스를 택했다. 8.81km라 서너 시간이면 완주할 수 있다길래 선택했는데 짧은 길이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아서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더 힘들 수도 있을 거 같다. 리조트 셔틀로 대평 포구에서 9시 30분에 시작해서 발전소 옆 해변가에서 30분, 아무도 없는 안덕계곡에서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면 30분, 송도 식당에서 점심 먹으며 1시간.... 그러고도 완주했을 때는 돌아가는 셔틀버스 시간인 2시 40분보다 훨씬 이른 2시에 도착했다. 송도 식당 아주머니의 '벗도 없이 왜 혼자?'라는 질문은 올레길에서 많이 듣는 소리다. 많은 여자분들이 혼자 다니던데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낯설고 어찌 보면 불쌍타 싶은가 보다... 그것보다 아주머니의 '벗'이라는 표현이 와닿았다. 아, 시나 소설이 ..
잿빛, 물안개, 시원한 축축함, 진한 녹색 향기, 빗소리, 번개 없는 천둥.... 벌써 열흘째다. 저녁이면 온 몸이 죽을 거 같다고 하는데 아침이면 여섯 시도 전에 눈이 떠지고 어느새 출발지로 향하는 셔틀을 타고 있다. 서울에서는 게으름의 늪에서 빠져나오질 못하는데 여행만 오면 왜 이렇게 달라지는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 비오다 갬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비를 사지 않았다. 흐리기만 하지 비가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하수처리장부터 비가 거세게 오기 시작했다. 우선 정자에 피했다가 조금 약해지고 난 다음 다시 출발했다. 다시 거세졌을 때는 국궁장에 있는 휴게소에서 쉴 수 있었다. 모두 친절하시고 커피나 차도 공짜로 마실 수 있다. 근데... 천둥이 치기 시작했다. 흠... 계속 우르릉 대는 천둥소리를 들으며 걷..
바다 목장과 표선해수욕장.... 하루 종일 먹이를 제공해줬던 친절하고 멋있는 두 여인네의 뒷모습, 이번 여행에서 젤 고생한 내 발들과 모래밭에 찍힌 귀여운 맨발 자국, 저무는 해로 인해 키다리가 된 나와 두 여인네의 그림자들... 그리고 마침내 끝을 알리는 올레코스 표시. 여행일자: 2009년 4월 22일 *2020년 7월 블로그에서 티스토리로 이동*
여러 사람이 아름답다고 추천하는 3코스... 자그마치 22km라 처음부터 걱정이 많았다. 15~17km도 7~8시간씩 걷는 나로서는 코스 초반에 너무 지체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걸었다. 오늘도 바람이 많다. 신기한 건 바람은 강한데 춥지 않다는 거... 반팔티 입고 긴팔 남방을 입으면 걷기 딱 적당하다. 상쾌하다... 오늘 운이 최고였다. 물은커녕 먹을 거 하나 없었는데 통오름을 지나 오른 독자봉을 내려갈 때 자리를 깔고 앉아 푸짐한 점심을 먹고 있는 두 여인네를 만났다. 그리고 그들이 나를 초대했다. 하하하하!!! 도시락에 김과 무나물과 부침개, 삶은 계란, 라면, 커피까지 얻어먹고 나머지 코스를 같이 걸었다. 그러던 중에 무밭에서 무 수확을 감독하고 있는 주인아저씨를 만나 무도 캐보고 깎아도 먹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