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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ng Lazy in Life
제주 올레길_6코스 본문
잿빛, 물안개, 시원한 축축함, 진한 녹색 향기, 빗소리, 번개 없는 천둥....
벌써 열흘째다. 저녁이면 온 몸이 죽을 거 같다고 하는데 아침이면 여섯 시도 전에 눈이 떠지고 어느새 출발지로 향하는 셔틀을 타고 있다. 서울에서는 게으름의 늪에서 빠져나오질 못하는데 여행만 오면 왜 이렇게 달라지는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
비오다 갬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비를 사지 않았다. 흐리기만 하지 비가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하수처리장부터 비가 거세게 오기 시작했다. 우선 정자에 피했다가 조금 약해지고 난 다음 다시 출발했다. 다시 거세졌을 때는 국궁장에 있는 휴게소에서 쉴 수 있었다. 모두 친절하시고 커피나 차도 공짜로 마실 수 있다. 근데... 천둥이 치기 시작했다. 흠... 계속 우르릉 대는 천둥소리를 들으며 걷는 것은 조금 불편했다. 아니, 좀 무서웠다. 죄지은 게 많은가 보다. 파라다이스 호텔은 공사 중이라 출입금지였다. 예전 직장 다닐 때 두 번이나 왔다 간 곳이라 한번 둘러보고 싶었는데 안타깝다...
길가에 앉아 쉴 때 만난 할아버지... 제주도 어디가 그리 좋아 하신다. 바다요 했다. 인자하게 웃으신다. 외모가 닮은 건 아닌데 가시는 뒷모습이 아빠를 생각나게 한다. 사복 전시관을 나와 이중섭 갤러리를 찾아 헤매고 있을 때 만난 커다란 개... ㅎ ㅎ 아는 척을 하니 그때부터 계속 나를 쫓아온다. 길을 이리저리 건너는 폼이 노련하다. 나보다 앞장서서 길을 건넌다. 배가 고파 쫓아오나 싶어 배낭에 있는 초코파이를 꺼내 잘라 줬는데 냄새만 맡더니 먹지 않는다. 흠.... 초코파이를 거절하다니..... 제주도 토속 음식만 먹는 개인가? 이중섭 갤러리를 지나쳐 점심을 먹을 식당으로 이동하려는데 마찬가지로 길을 같이 건넌다. 식당에서는 어쩌지 싶었는데 어느새 식당이 있는 거리까지만 쫓아오고 잠시 잠깐 한눈 판 사이 돌아보니 없어졌다. 계속 헤매고 다니는 내가 못 미더워 데려다 주려는 거였을까 싶다. 하하하하!!! 아무래도 난 전생에 개였나 보다. 어쨌든 너무나 훌륭한 개였다.
오늘도 많이 헤매고 죽을만치 피곤하지만 비가 와서 좋았고 또 비가 그쳐줘서 좋았고 흐뭇한 점심때문에 좋았고 훌륭한 개를 만나 좋았고 친절한 제주 사람들을 만나 좋았다....
여행일자 : 2009년 4월 16일
*2020년 8월 블로그에서 티스로리로 이동*
요즘 티스토리에 블로그를 새로 만들면서 이전 블로그 글을 이동하고 새로운 글도 등록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가 많이 오는데 이렇게 비가 많이 올때 걸었던 올레길이 생각나서 올립니다.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쓰고 계속 걸었었는데 천둥 번개가 치는 날에는 우산을 쓰고 걸으면 안된다고 합니다. 그때는 무모하고 어렸던거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가 오거나 눈이 올때만 볼 수 있는 풍경과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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