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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ng Lazy in Life
영화_나이브스 아웃(Knives Out) 본문
아가사 크리스티나 셜록 홈즈같은 추리 소설 또는 영화를 요즘은 보기가 어렵다. 과학의 발달 때문에 CSI처럼 사건 현장에 남겨진 것들을 가지고 분석해서 범인을 찾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사건 현장의 지문이나 머리카락, DNA를 수집하고 CCTV 등을 분석해 컴퓨터에 등록된 데이타와 비교하고 추적하고 증거 되는 시대에 날카로운 관찰력과 추리력이 더 이상 필요할까.... 그래서 섬세한 관찰력과 판단을 요구하기보다는 더 가학적이고 잔인한 사건 또는 범인 중심의 스릴러물이 넘쳐난다. 그런 와중에 오랜만에 고전적이고 세련된 추리 영화라고 해서 눈에 들어왔다.
*영화의 스토리와 결말이 짐작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시려는 분들은 먼저 영화를 보고 읽어 주세요*
영화 제목이 나이브스 아웃. 한글로 듣고는 영어 단어도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Knives Out이라고 알게 되어도 바로 무슨 뜻인지 와닿지 않았다. 웬만하면 한국어 타이틀을 번역했을 텐데 그냥 영어로 그래도 간 것 보면 마땅한 단어를 못 찾은 듯하다. 영화에서 추리 소설가인 할란은 A Thousand Knives라는 작품을 썼다. 자세한 내용은 표현되지 않았는데 거실에는 그 소설과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아래 이미지에 있는 조형물이 있다. 정확한 개수는 알 수 없으나 다양한 종류의 많은 칼들이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이 조형물은 등장인물들이 경찰의 심문 시 배경으로 사용되며 극의 말미에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간단하게 스토리를 얘기하면 현실에서 스티븐 킹같은 유명한 추리 소설가인 할란(Harlan)은 가족들과 85세 생일파티를 가진 후 칼로 목을 그어 자살한 채로 발견된다. 죽은 지 1주일 후 경찰은 자살로 거의 인정한 가운데 생일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과의 형식적인 면담을 시작한다. 영화에서 이 면담 장면은 무척 중요하다. 사건이 벌어진 날의 상황도 알 수 있었지만 면담을 하는 태도와 내용 등을 통해 등장인물들에 대한 파악은 물론이거니와 많은 암시와 힌트가 숨어져 있었다.
첫 번째로 할란의 큰딸인 린다 드라이스데일(Linda Drysdale). 남편과 같이 보스턴에 있는 부동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그렇게 언급했을 때 린다는 자신의 회사며(It's my firm) 처음부터 본인이 키웠다고 수정한다. 그리고 아빠인 할란과 가까운 사이였냐는 질문에는 부정이나 긍정보다는 그들만의 은밀한 소통방식(our own secret way of communicating)있었고 아버지의 규칙에 따라(play by his rules) 아버지의 게임을 했었다는 말 후에 조금 망설이며 가까웠다고 덧붙였다. 이 부분은 나중에 할란이 마르타에게 린다와 랜섬에게 좀 더 잘해 줄걸이라며 유감스럽게 말하는 부분과 연결된다.
두 번째는 린다의 남편인 리챠드(Richard Drysdale): 장인인 할란이 낡은 타자기로 작업하기 시작해서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으며 린다가 아버지를 우상화하고 많이 따른다고 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뭔가 소외된 듯한 느낌이다.
세 번째는 할란의 막내아들인 월트(Walt Thrombey): 할란의 출판사를 운영 중이고 다리를 다쳤다. 할란의 작품은 30개 국어로 번역되어 8천만 부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여기서 경찰 중의 한 명이 할란이 쓴 A Thousand Knives를 언급한다. 생일 날 8시쯤 도착했다고 하며 제이콥(Jacob Thrombey)이 언급되는데 무척 정치적이라고 월트는 표현했지만 리챠드는 그를 나치라고 표현한다. 생일 파티를 회상하며 아버지의 손이 어깨에 느껴진다며 뒷일을 부탁한다는 듯이라고 얘기하는데 실제가 아닌 본인이 아버지와 그런 관계였으면 하는 상황인 것을 알 수 있다.
네 번째는 며느리 조니(Joni Thrombey): 남편인 닐은 15년 전에 사망했지만 가족들과 잘 지낸다고 하며 생일 파티 때의 화면이 나오는데 춤을 추고 있는 조디를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다. 스킨케어 회사를 운영 중이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할란에게서 딸 메그의 대학 학비와 기타 다른 지원도 받고 있다.
매그(Meg Thrombey): 조디의 딸. 할런이 학비를 지원 중이고 파티 중간에 자리를 떴다. 할란의 간병인인 마르타의 친구로 마르타를 집안에 소개했다.
린다와 리챠드의 아들 랜섬(Hugh Ransom Thrombey): 장례식에도 참여하지 않았고 영화의 중반부터 출연한다. 집안의 말썽꾸러기로 부모를 포함해 모두와 사이가 좋지 않다. 생일 파티 중간에 떠났는데 나중에 제이콥이 할런과 언성을 높이고 싸우는 걸 들었다고 한다.
할런의 어머니인 와네타(Wanetta Thrombey): 할란이 85세인데 어머니라니...정확한 나이는 모른다며 나오지 않는다. 사건의 중요한 목격자이다.
형식적인 심문 장면이 지나고 병풍처럼 배경에 묻혀 있던 블랑(Benoit Blanc)의 존재에 대해 언급이 되고 블랑이 질문을 하기 위해 나선다. 블랑은 교묘하게 가족들을 자극하여 다른 사람들에 대해 생일 파티 때 있었던 일의 진실을 말하게 한다. 모두의 말을 종합하면 할란은 생일 파티에서 리챠드, 조니, 월트 그리고 랜섬과 안 좋았고 뭔가 그들에게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짐작된다.
마지막으로 할란과의 대화로 가족들의 이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마르타 (Marta Cabrera) : 영화의 주인공으로 할란을 간호하고 말동무가 된지 5년이다. 이민자이며 엄마는 불법 체류자이다. 특이점으로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거짓말을 하면 구토를 한다. 이런 점들은 블랑이 마르타를 왓슨으로 삼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블랑이 마르타를 심문하면서 할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관객들에게 초반에 보여진다. 마르타는 실수로 모르핀을 할란에게 과다 투여하게 되고 당황하면서 해독제를 찾지만 10분 내에 투여해야 하는 해독제는 없었다. 당황한 마르타가 911에 전화를 하려고 하자 할란은 전화를 못하게 하며 마르타의 실수로 자기가 죽을 경우 마르타는 물론 불법체류자인 가족이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마르타에게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추리 소설가답게 정확하게 알려준다. 마르타가 할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다시 돌아왔을 때 할란은 칼로 목을 그어 자살한다. 그 이후 중반부터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마르타가 블랑의 왓슨 역할까지 하는 중 가족에게는 충격적인 할란의 유언이 공개된다. 이 신에서 처음으로 할란의 가족이 랜섬까지 포함해서 모두 모인다.
이 영화의 모든 대사와 배경 소품 등은 모두 숨겨진 의미가 있다. 단지 영화를 번역된 것으로 한번만 본다면 크게 재미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도 있다. 라이언 존슨 감독은 2017년도에 개봉한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를 감독했다. 이전에는 루퍼(Looper), 브릭(Bric), 블룸형제 사기단(The Brothers Bloom) 등을 감독했는데 모두 각본까지 썼다. 이 영화도 아카데미 각본상에 후보로 올랐었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다. 아래 링크에서 그가 작업한 각본들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https://www.rian-johnson.com/screenplays
*영화의 처음 시작 장면이 너무 좋았다. 사건이 일어나는 할란의 저택으로 해가 뜨기 전 안개 낀 모습이다. 스크립트에는 없지만 두 마리의 검은 개들이 정면으로 달려 나온다. 이 두마리의 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Blanc: Best judge of character is a dog. I've found that to be true. 개는 최고의 인성 판독기라더니 사실인가 보네요.
*첫 장면 이후 저택의 내부가 보이고 프랜(Fran)이라는 가정부가 커피와 빵을 준비해 할란에게 가져다주려고 한다. 머그잔에는 'My House My Rules My Coffee!!'라고 써져 있다. 할란의 캐릭터를 잘 설명해주며 죽기 직전 마르타에게 고백하는 가족들에게 후회되는 점, 경찰과의 면담 시 린다가 언급했던 아버지의 rule과도 연결된다. 영화 처음 시작에 나왔던 이 컵은 다른 이의 손에 들려 엔딩에도 출연한다.
*이 집에서 마르타와 프랜은 일하는 사람이면서 가족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그들은 할란의 장례식에조차 초대받지 못했다. 장례식에 초대하지 않은 것에 대해 린다와 월트 그리고 메그는 투표에서 졌다는 같은 말을 마르타에게 한다. 즉, 결론적으로는 아무도 마르타와 프랜이 장례식에 참석하기를 원치 않은 것이다. 명확하게 보여주는 또 다른 건은 마르타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모르는 것이다. 린다는 에쿠아도르에서 왔다고 하고 리챠드는 파라구아이 또는 우루과이에서 왔다고 하고 심지어 랜섬은 브라질에서 왔다고 한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조차 관심이 없는데 가족일 수 있을까?
*생일파티 회상씬: 경찰과 얘기하면서 가족들은 생일파티를 회상한다. 린다가 회상할 때는 생일 케이크를 받는 할런의 양쪽에 린다와 리챠드가 그리고 뒤편으로 랜섬이 자리해서 모두가 웃고 있다. 재미 있는 점은 월트가 회상할때는 양옆에 월트와 그의 아내 도나가 그리고 뒤편에는 제이콥이 자리하고 있다. 같은 이벤트인데도 기억하는 사람에 따라 철저하게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야구공 : 야구공은 할란의 서재 책상에 있는 것으로 서재에서 리챠드에게 불륜에 대해 얘기할 때 그리고 조니에게 지원을 끊을거라는 얘기를 할때 할란이 손에 야구공을 쥐고 있었다. 할란이 죽은 후 편지를 없애기 위해 서재에 온 리챠드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빈 여백의 편지지를 보고 할란이 자기를 속였다고 생각하며 야구공을 밖으로 던진다. 이 공은 후에 지나가던 블랑이 주워 마르타와 얘기하면서 개들에게 던져 준다. 개들은 이 공을 린다에게 갖다 주고 린다는 야구공을 서재의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갔다가 할란의 편지를 발견한다. 편지에는 그들만의 비밀스러운 방법으로 불륜에 대해 적혀 있었다.
*Harlan to Marta : Jesus there's so much me in that kid. Confident, stupid, I dunno. Protected. Playing life like a game without consequence, till we can't tell a stage prop from a real knife. 참 나를 많이 닮은 놈이야. 자신만만하고 멍청하고 참견 싫어하고 뒤는 생각도 안 하고 인생을 게임처럼 살지. 그렇게 살면 그 차이를 모르게 돼. 무대 소품과 진짜 칼을. =>랜섬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이 부분은 큰 의미가 있는데 특히 마지막 문장은 영화의 엔딩과 연결된다.
*Blanc to Marta: Something is afoot with this whole affair. I know it, and I believe you know it. 이 사건의 이면에 뭔가가 있어요. 난 알아요. 당신도 알 거라고 믿고 있어요. =>블랑과 만난 첫날밤에 블랑은 밖에서 마르타를 기다리고 있다가 이 말을 한다. 한국어 번역 대사로는 연결시키기 어려운 부분인데 블랑은 afoot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마르타의 신발 위에는 핏방울이 떨어져 있었다. 블랑과 얘기 후 집으로 돌아온 마르타가 엄마와 앉아 손을 잡고 마음을 다잡는 부분에서 감독은 신발에 있는 핏방울을 관객에게만 보여준다. 이 부분은 엔딩과도 연결되는데 마르타가 내가 할렌의 죽음과 관련되어 있는 건 언제부터 알았냐고 묻자 블랑은 내 앞에 나타난 그 순간부터였다고 대답하며 마르타의 운동화를 발로 가리킨다.
이 영화에는 등장인물들의 모순되고 가식적인 행동과 말이 많이 나온다. 최근의 사태 등으로 보아도 실제로 많은 부분 사실이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유머스러운 부분이 많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랜섬이 마르타에게 하는 말은 가관이었고 바로 그 말을 받아치는 블랑의 팩트 공격에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Ransom: You think I'm not going to fight for our birthright, our home, our ancestral family home? 타고난 권리와 집을 그냥 넘길 줄 알았어? 우리 선조들의 집을?
Blanc: Harlan bought this house in the eighties. From a Pakistani real estate baron. (스크립트에는 없지만 말을 시작하기 전에 블랑이 엄청 크게 비웃는다) 기가 차는군요. 할란은 이 집을 80년대에 샀고 그것도 파키스탄인 재벌에게서 샀죠.
엄청난 반전과 긴장이 지속되는 스릴러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물론 심심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아가사 크리스티 류의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영화로 책을 한권 읽은 듯한 느낌이 드는 영화.
=> 영어 대사는 라이언 존슨 감독의 스크립트를 한국어 대사는 한국어 자막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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