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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_브론테 생가 하워스(Haworth) 본문
여행을 하면서 작가들의 생가를 방문하는 것도 하나의 테마이다.
브론테 자매들의 생가가 있는 하워스(Haworth)를 2004년 방문했었는데 찾아보니 사진이 별로 없다. 여행의 초반이라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는 지도 그렇고 좀 쑥스럽기도 했던 거 같다. 더군다나 1박 2일의 짧은 기간만 머물렀기 때문에 생가 외에는 다른 곳을 둘러보지 못했다. 브론테 자매의 생가는 하워스의 위쪽에 위치되어 있었고 뒤로는 그들의 작품에서 많이 볼 수 있던 황무지가 실제로 펼쳐져 있었다.
문학적인 것을 떠나서 브론테 일가의 생애를 살펴보면 비극의 연속인 것 같다. 아버지를 제외한 가족의 모두가 사십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고 그 죽음 또한 연속적이었다. 원래 형제는 여섯명이었으나 첫 번째 마리아가 11살 때 죽자 두 번째 엘리자베스가 한 달 뒤 10살로 그 뒤를 이었다. 샬로트의 동생들이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 그리고 아그네스 그레이의 성공을 즐길 때쯤 집안의 유일한 아들인 브란웰이 결핵으로 갑자기 죽고 만다. 그의 나이 31살이었고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3개월 뒤, 에밀리 마저 같은 병으로 죽는다. 30살의 나이였다. 그 이후 계속 감기를 떨쳐내지 못했던 앤은 가장 즐거웠던 여름의 기억을 갖고 있는 스카보로우로 샬로트와 함께 요양을 떠나지만 도착하고 4일 뒤 그곳에서 29살의 나이로 죽음을 맞는다. 에밀리가 떠난 뒤 5개월 뒤였다.
5년 뒤, 샬로트는 아버지의 목사관에서 부목사로 있는 아서 벨 니콜스의 청혼을 받고 거절하지만 가난한 부목사가 유명한 딸에게 청혼했다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아버지의 처사를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결국은 아서와 결혼한다. 이 부분에서 웃음이 난다. 제인 에어를 쓴 작가답다. 기대하지 않았던 결혼은 행복했으나 1년을 넘기지 못하고 39살을 3개월 남겨두고 샬로트는 죽는다. 그때 당시 그녀는 임신 초기였다.
아버지 패트릭 브론테는 가장 오래 살아남았다. 싫어했던 사위의 보살핌을 받으며 84살의 나이로 죽음을 맞는다. 생가에서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이 사람은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샬롯 브론테의 초상화 . Natioanl Portrait Gallery에 소장.
왼쪽은 에밀리 브론테 오른쪽은 샬로트, 에밀리 & 앤 이다. 남동생인 Branwell에 의해 그려졌다. 마찬가지로 National Portrait Gallery에 소장되어 있다. 브란웰은 집안의 걱정거리였다. 여러 직업을 전전했으며 초상 화가로서도 일했지만 인정받지 못했다.
생가 내의 정원. 생가 내부에서는 사진을 찍지 못한다. 영국을 여행할 때마다 놀라는 거지만 그 방이며 침대가 우리가 아는 영국인들이 생활하기에는 너무 작고 좁다는 것이다. 브론테가도 마찬가지였다.... 작고 좁은 방들이 많았다.
생가 근처의 묘지
브론테 자매들은 입주 가정교사로 일을 해야 하는 것을 싫어했고 그래서 학교를 세우기 위해 브뤼셀에 가서 공부하기도 했다. 입주 가정교사로의 경험이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제인 에어와 아그네스 그레이에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
아래 두 사진은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았다. 생가 뒤편으로 펼쳐져 있는 황무지의 모습이었는데 우리가 방문했던 8월에는 첫 번째 사진 같은 모습이었다. 8월이었음에도 바람이 많이 불었고 아침저녁으로는 추웠다.
폭풍이 언덕의 언덕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 언덕은 단지 에밀리의 상상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작가 스스로가 그런 환경에서 살았음을 알 수 있었다.
생가에서 시내로 가는 길에 있는 공원. 하워스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조용하고 어딘가 모르게 어둡다.
묵었던 유스호스텔. 다인실에서 세명만 묵었었는데 천정이 어찌나 높던지 이층 침대가 위로 하나는 더 들어갈 듯했다. 그래선지 자려고 불을 껐는데 그 어둠이 얼마나 깊고 칠흑같던지 한동안 잠들지 못했다는...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하워스의 방문은 예정되어 있었지만 그 결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좋았다. 전체적으로 작가와 그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자연스럽게 넓힐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방문해 이번에는 며칠을 묵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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